가문의 영광

 ‘베토벤 바이러스’에 너무나 푹 빠져 있다가 점점 안드로메다로 가는 스토리에 대실망을 거듭하다못해 결국 시청을 떄려치우고 한동안 드라마를 접었다가, 근래들어 유일하게 챙겨보는 드라마가  있으니 바로 ‘가문의 영광’ 이다.

 원래 극 초반부가 진행될 때에는 시청하고픈 마음이 전혀 없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너무나도 친숙한 제목’이 주는 지극히 당연한 거부감(?!)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시청을 하게 되었으니… 일단은 ‘윤정희’씨가 출연하기 때문임을 부정할 수 없다… (’-‘)* 그렇다. 바로 ‘하늘이시여’의 ‘자경’이. 여기서는 ‘단아’라는 역으로 나오는데… 그녀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이름이로구나~  //ㅂ//

 최근 드라마로써는 흔치 않은 ‘종가집’이라는 소재를 들고 나와 나름 그럴듯한 기획의도를 가지고 출발하였으나 기존 드라마들의 모습을 탈피하지는 못한 인상을 준다. 약방의 감초격인 ‘재벌 2세’도 나오고 무슨 뷔페식인양 여럿 커플들이 줄줄이 등장하며 삼각관계 (아니 사각인가?) 또한 빠지지 않는다. 특히나 ‘족보’를 돈주고 사겠다고, 얼마면 되겠냐고 (어디에선가 들어본듯한 대사??) 들이대는 시대착오적인 장면에서는 마시던 커피를 뿜을 뻔 했다. 또 단아의 까칠함에 “나를 이렇게 대하는 여자는 처음이야. 반해버렸어.” 같은 강석(박시후)의 반응은, 작가들이 대놓고 개그를 펼치는구나 싶었다.

 이런 어처구니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나를 이끄는 매력은… 단아와 강석사이의 미묘한 신경전과 감정흐름이다. 언제까지나 굳게 닫혀 있을것만 같던 단아의 마음은 그에게 조금씩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다. 강석은 이미 그녀를 매우 좋아하고 있지만 그녀가 속한 가문과 그 가문의 기업을 M&A(!!) 해버려야 한다는 임무 때문에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그녀가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어 자신이 앞으로 저지를 악행들을 말려주었으면 한다고 시청자들 앞에서 양심고백…을 한 바 있다. 뭐 이변이 없는 한 벌써부터 대충 뻔한 결말이 눈에 보이지만, 단아와 강석이 서로 티격태격 하면서도 함께 하는 모습이 너무나 잘 어울려서 보는 이의 눈을 흐믓하게 해주는 것 하나만으로 모든 것이 용서가 된다.

크나큰 상처를 안은 채 무덤덤한 삶을 살아왔던 그녀.
나름의 이유로 강석과 시작한 '계약연애'였지만, 강석때문에 미소짓는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강석의 동생 혜주. 전혜진 이라는 탤런트라고 한다. 알고보니 '네 멋대로 해라'에도 나왔었네. 혜주역은 까딱 잘못하면 심심하고 어색하기 이를데 없는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가끔씩 "정말 좀 덜떨어진 애를 데려다가 출연시키고 있는거 아닌가?" 싶을 때가 있을 정도로 맏은 역을 잘 소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총 50부작 이라고 하던데 이제 절반을 넘겼다. 부디 이 페이스 그대로 50부까지 주욱 힘내주길. (요새 울나라 드라마들의 트렌드인 막장 연장방송 및 막판 날림 쪽대본 & 편집만은 제발 본받지 말아라.)

덧글

  • 편지 2009/01/04 19:28 #

    제법 웃으면서 볼만하더군요. 설정이나 시나리오가 좀 안드로메다이긴하지만;
  • 카뮈 2009/01/05 01:28 #

    강석/단아/현규/혜주는 나름 심각하지만 나머지 커플들은 좀 더 편안한 심정으로 바라볼 수 있고... 단아한테 져서 씩씩대는 강석의 모습도 많이 웃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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